[뉴스토마토 김영택기자]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 사는 회사원 김모(36) 씨. 그는 최근 전세 재계약을 한달 앞두고 3500만원을 올려 달라는 집주인의 말에 이사를 가기로 결정했다.
서울보다 전셋값이 싼 경기도로 이사를 고민했지만,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이 전학을 가야 해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치솟는 전셋값에 값싼 아파트를 찾을 수 없었던 김씨는 결국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근 다세대 주택으로 옮기기로 했다.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대책으로 전셋값이 폭등하면서 전세매물이 품귀 현상을 보이는 가운데, 서민들은 아파트에서 다세대·다가구 주택으로 내몰리는 반면, 부자들은 여윳돈을 이용해 다세대·다가구 주택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다세대·다가구 주택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거주'와 '투자'라는 서로의 목적이 엇갈리고 있는 셈이다.
22일 KB주택시세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 전세값은 정부의 매매시장 활성화 대책에도 불구하고 가을 이사철 수요가 몰리면서 물량 부족으로 전세값 상승세가 지속됐다.
전국 146개 시군구 가운데, 가격이 상승한 지역은 119곳인 반면, 하락한 지역은 11곳에 불과했다.
특히, 서울, 인천, 경기지역은 아파트뿐 아니라 다가구·다세대 주택의 전셋값까지 동반 상승했다.
◇전국 전셋값 월별 동향.(자료=KB주택시세)
정부의 9.1부동산 대책으로 재건축 관련 이주수요까지 겹치면서 가격이 치솟았다는 분석이다.
다가구 다세대 주택의 인기는 경매시장에서도 그대로 반영됐다.
지지옥션 집계에 따르면 수도권 다세대·다가구의 경매 낙찰률이 39.97%로 지난 2011년 3월 43.28% 이후 3년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낙찰률이 높다는 건 경매시장에서 다세대·다가구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늘어 수요가 높다는 얘기다. 그만큼 경매 참여자가 많다는 의미기도 하다.
현재 수도권 내 전·월세 임대수요가 넘치고 있어 다세대·다가구 주택에 대한 투자가 각광을 받는 것이다.
경매업체 한 관계자는 "최근 아파트 낙찰가율이 90%에 육박하면서 시세차익이 크지 않다"면서 "주택 수요자의 경우 낙찰가율이 70%를 형성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전셋값 부담에 아파트에서 밀려난 세입자가 많아 다가구 다세대 주택에 대한 수요가 늘어 날 것"이라면서 "여윳돈이 있는 부자들의 경우 저렴한 가격에 다세대 주택 등을 낙찰 받아 임대수익을 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